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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사표
작성자 황성연 작성일 2008-09-08 17:41:18 조회 2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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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사표
황 성연

---문화일보 파주 통일 마라톤 대회 참가하면서---

한 시간 혹은 2시간 이상 쉬지 않고 뛴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데, 또 참가신청을 하는 나 자신을 돌아보며, 마라톤 그리고 통일이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지난 5년간 80여 차례 각종 대회에 참가하여 총 연장 1,000여 킬로미터를 달렸다. 왜? 무엇을 위해 나는 달리는가? 당연히 건강을 위해서겠지만 그것만이 달리는 이유는 아니다. 특히 이번 대회는 우리겨레의 가슴을 아리게 하는 통일염원이라는 의미가 더해져 있다. 이번 대회 참가를 계기로 나의 달리기에 대해 한번 정리해 보고자 한다. 나는 왜 달리나? 쉰을 넘긴 이 나이에,

달리고 싶어 달린다.
달리기는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속이 상할 때, 기분이 우울할 때, 머리가 복잡할 때, 그리고 몸이 무겁고 상태가 왠지 모르게 안 좋을 때, 나는 달린다. 흠뻑 땀을 흘리고 나면 심신이 가벼워지고 상쾌해진다. 그리고, 힘이 솟는다. 달리기가 나에겐 보약이다. 어떤 이는 중독이라 하지만 아무래도 좋다. 언제부터인가 막내아들이 같이 달린다. 가끔은 아내와 큰아들도 따라 나선다. 함께 격려하고 대화도 하면서 달린다. 이보다 더 큰 행복이 어디 있겠는가?

자연이 좋아 달린다.
흙 내음, 풀 내음, 물소리가 좋아 달린다. 도시의 포장도로보다는 시골의 흙길을 나는 좋아한다. 신발에 닿는 자연의 느낌, 코에 스미는 자연의 냄새, 눈 앞에 펼쳐지는 강과 산, 그리고 하늘, 이 모든 것이 고향집처럼 달리는 나를 반겨준다. 자연은 모든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받아준다. 남녀노소가 따로 없고, 있는 사람 없는 사람 가리지 않고, 인종도, 종교도 가리지 않는다. 그런 자연 속에서 계절의 맛을 느낀다. 산엔 진달래, 길엔 개나리, 냇가엔 버들가지가 피고, 하늘에서 종달새가 노래하면 봄이다. 시원한 매미들의 합창이 비지땀을 식혀주면 여름이요, 황금 들녘을 코스모스 사이로 달릴 때, 풍요로움과 함께 자연의 고마움을 느끼면 그 때는 가을이다. 함박 눈 맞으며 바람부는 강변에서 오래 전의 동심으로 돌아가 개구쟁이 소년의 기분으로 달리고 있으면 그 때는 겨울이다. 봄,여름, 가을, 겨울, 모두 달리고 싶은 계절이다. 계절이 부르는데 어찌 달리지 않겠는가?

젊음과 사랑이 있어 달린다.
마라톤은 남녀노소를 구분하지 않는다. 나이든 사람도 스물 전후의 젊은이들과 함께 달린다. 더구나, 나처럼 쉰을 넘긴 사람도 끼워주니 이것은 크나큰 행운이요, 신이 내린 축복이다. 어디서 이렇게 젊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겠는가? 싱그러운 젊음이 있어 정말로 좋다. 함께 달리면 나도 젊어지는 듯하다. 그 곳엔 젊음뿐만 아니라 사랑도 있다. 연인간의 사랑, 가족간의 사랑, 친구간의 우정, 더 나아가 낯선 이들간의 사랑이 피어난다. 아내와 어린 아들딸과 손을 잡고 서로를 격려하며, 도와주며 달려보라. 흐르는 땀 속에서 진한 사랑이 솟는다. 힘들어하는 낯선 사람에게 눈길을 주며 ‘파이팅!’ 한번 외쳐보라. 그 순간 이미 남이 아니다.

통일의 염원을 안고 달린다.
갈라진 민족의 슬픈 현실을 하나되는 희망으로 바꾸고자 달린다. 우리는 애초에 하나였다. 지금도 하나인데 나누어져 있을 뿐이다. 저 쪽 북녘에도 손을 맞잡고 함께 달릴 형제가 있음을 잊지 않고 달린다. 나는 계속 달릴 것이다. 자연에 감사하며, 사랑을 싣고 젊음을 느끼며, 조국 통일의 그 날까지, 나의 심장이 여리게라도 뛰어 주는 그 날까지 달리고 또 달릴 것이다. 그래서 이 몸이 죽기 전에 하나된 조국의 북녘 땅을 내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힘차게 달리고 싶다. 대동강변을 달려 모란봉, 부벽루에 이르고, 청천강변을 달리면서 을지문덕을 기개를 느끼고 싶다. 두만강변을 달려 동해에 이르고, 압록강변을 달려 천지에 이르러, 대륙을 향해 광개토대왕의 기개로 포효하고 싶다.

이 대회가 내 염원을 이루는 초석이 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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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하 IP : 124.254.xxx.xxx    작성일 : 2008-09-11
   님의글에  정말이지  감동입니다.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것을  말톤에서  느끼고있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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